제주항공 제주 예약센터가 결국 폐쇄 수순을 밟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현행 존치를 요구하고 나섰다지만 제대로 된 중재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제주항공으로부터 제주 예약센터 운영을 맡아 진행하던 아웃소싱 전문업체 메타넷엠씨씨는 지난 8일 센터 직원들과 장시간 간담회를 갖고 원만하게 합의에 이르렀다고 9일 밝혔다.

메타넷엠씨씨측은 오는 3월부터 김포 예약센터로의 이전 운영을 통보하며 근무지 이동과 도내 KT 콜센터로의 이직 알선 등을 제안했던 상황이다.

대부분 30~40대 주부로 이뤄진 직원들은 그동안 생활권 이전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인력난을 겪는 KT 콜센터 알선이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현행 유지를 요구해왔다.

제주 예약센터 폐쇄를 놓고 제주도와 정치권에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가운데 메타넷엠씨씨는 직원들과 원만한 합의를 했다면서도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메타넷엠씨씨 관계자는 “8일 오후 4시까지 제주 예약센터 직원들과 협의를 해서 양측이 원만하게 최종 합의에 이르게 됐다”며 “다만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입을 닫았다.

제주 예약센터 직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원만한 합의’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 A씨는 “역시나 현행 유지에 대한 방안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기존에 가져온 협의안(평균 임금 1개월치 위로금 제공 등)과 똑같은 안을 가져왔다”며 “폐쇄가 결정된 상태에서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거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언론에 제주항공이 폐쇄시기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등 애매모호한 입장이 나오고 있던데 우리(직원들)는 이번 달까지만 근무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힘이 없다. 결과적으로 제주도민이 바보가 된 거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이날 간담회를 진행하며 직원들이 잠시나마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이유는 제주도가 제주항공으로부터 ‘서둘러 센터를 폐쇄할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지난 8일 오전 열린 제348회 임시회 제주도의 주요 업무보고에서 제주항공의 불합리한 예약센터 폐쇄 조치와 제주도의 미흡한 대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이에 임성수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본부장은 “어제 제주항공 경영진과 통화를 했는데 폐쇄시기가 결정된 것도 아니고 서둘러 예약센터를 폐쇄할 의향도 없다고 했다”며 당장 폐쇄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제주항공 관계자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약센터 이전을 검토한 건 맞지만 조속한 이전 시기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결정한 바가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같은 날 직원들과 협상에 나선 메타넷엠씨씨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결국 폐쇄를 단정 지은 채 협상을 체결했다.

이날 오후 5시쯤 제주도는 “출범 당시 협약서를 통해 보장해왔던 제주도민 채용과 제주 브랜드 가치를 담은 ‘도민 항공사’라는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현행 존치는 필수”라며 “현행 유지를 위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공식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이미 유지에 대한 선택권이 없던 직원들이 폐쇄에 따른 대안을 선택하고 난 뒤여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아울러 제주도의회 임시회 업무보고를 앞두고 제주항공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은 성난 여론을 일단 잠재우기 위한 꼼수가 아니었겠냐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