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주고등학교 연극 동아리 '날개, 돋다(이하 날개돋다)'는 창단 3년차 신생 동아리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학교 축제에서 선보일 갈라 쇼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해마다 공들여 선보였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선보일 생각에 학생들의 자부심과 기대감도 그 어느 때 보다 커 보였다.

10대 소녀의 성장담을 다룬 동명 연극에서 이름을 딴 날개돋다는 2016년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으로 무대에 첫 발을 디뎠다. 예쁜 노랫말과 사랑스러운 연기는 입봉작으로 제격이었다.

이듬해부터 영주고는 날개돋다를 중심으로 '제주 뮤지컬 예술교육 거점학교', '제주 예술드림 거점학교'를 운영했다. 학생들의 노력과 함께 시설·강좌·제작·공연 등에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면서 동아리 역량이 크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최고 명성을 자랑하는 공연예술학교 학생들의 꿈과 사랑을 다룬 뮤지컬 '페임(Fame)', 올해는 상반된 삶을 살아가는 10대 소년·소녀의 도피 여행기를 그린 연극 '노란 달'을 무대에 올릴 정도다.

특히 연극 '노란 달'은 날개돋다에게 기적과도 같은 작품이다. 처음 참가한 전국대회였던 지난달 제22회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대상·연출상·최우수연기상·우수연기상 등 단숨에 4관왕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무대 위에는 고작 의자 세 개, 배우 네 명 뿐이었지만, 날개돋다는 연기와 연출, 스토리면에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으며 연극계로부터 주목받았다.
 

학생들은 짧은 기간 큰 성과에 어떨떨해 하면서도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날개돋다 부장인 김준원 학생(17)은 "기존 작품을 우리 만의 작품으로 재해석하면서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무대에 오르는 순간 모든 걸 잊게 되는 것 같다"며 "졸업하면 대학에서 연기·연출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2학년으로 올해 입단한 고훈민 학생(17)도 "색다른 걸 배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도전했는데, 내 삶의 빈 공간이 꽉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서 뿌듯하다"며 "졸업해도 찾아올 수 있는 동아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날개돋다가 이처럼 활약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서문원 지도교사(34)의 힘도 컸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서 교사는 현재 동아리 지원·관리 업무 뿐 아니라 연기·연출 지도와 진로·진학 상담 역할까지 도맡으며 학생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날개돋다 활동에 힘입어 내년부터는 일반고등학교에서는 이례적으로 2학년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된 '연기(3시수)' 수업도 맡을 예정이다.

서 교사는 "아이들을 멋진 배우가 아닌 좋은 관객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며 "앞으로 날개돋다 학생들이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보다 밀접하게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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