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지위를 받진 못했지만 인도적 체류 허가라도 받아서 불안한 마음이 누그러졌어요."

22일 오전 예멘인 M씨(55)는 웃는 얼굴로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들어섰다.

차귀도 해상에서 어부로 일하며 난민 심사결과를 기다리던 M씨는 심사에 돌입한 지 4개월여만에 1년간 한국에 합법적으로 체류가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출도 제한이 풀려 제주 외에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한 M씨는 "육지에 가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이날 제주출입국청은 M씨를 비롯해 120명의 예멘인들에게 인도적 체류 허가 결과를 통보하고 이에 따른 교육을 실시했다.

지난 17일 내려진 339명의 인도적 체류 허가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날부터 3일간 오전과 오후로 나눠 통보 및 교육이 이뤄진다.

출입국청 관계자들은 약 1시간 동안 국내 체류 기간과 한국 문화 등에 대해 설명하고, 만약 체류 기간 동안 대한민국 법질서를 위반할 경우 더 이상의 체류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안내도 했다.

아울러 체류지 변경 시 전입한 날에서 14일 이내에 새로운 체류지를 관할하는 관서에 신고해야한다는 안내도 하고, 법무부 차원에서 체류 상황과 국내 생활 적응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멘토링 시스템을 운영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들의 체류 기간은 이날로부터 1년간으로, 만료 시에는 관할 출입국·외국인청의 재심사를 받아야만 체류 기간을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멘인 M씨(26)는 "한국에서 1년을 사는 게 예멘에 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일자리 때문에 육지로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교육을 받으러 들어간 예멘인들을 기다리던 김성인 제주난민인권을위한범도민위원회 위원장은 법무부가 예멘의 심각한 내전 상황을 받아들인 부분에 대해 반가워하면서도 "일률적인 인도적 체류 허가에 그쳤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세밀한 검토 없이 일괄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난민 인정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반정부 비판 기사를 썼거나 정부나 인권단체에 종사했던 이들, 강제징집됐던 이들 역시 난민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85명의 심사가 보류됐는데 과연 이중에서 난민 인정자가 나올지는 두고봐야 알 것 같다"며 "현재 인도적 체류 허가자나 불허자에 대해서는 신청서와 면담기록을 검토해 합당한 결정이었는지 따져보고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의신청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위원회 내 9명의 변호인 지원단도 꾸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예멘인을 둘러싼 도민들의 인식과 관련해 "예멘인들을 혐오한다는 내용이 부각됐는데 사실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예멘인들에게 선의를 베풀기 위해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이 규모적으로 훨씬 많다"며 "일부 목소리만 듣고 전체를 판단해선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제주출입국청 통보 소식을 들은 '난민대책 국민행동'은 인도적 체류 허가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이들은 "제주는 올레길을 혼자 걸을 수 없고 밤에 외출조차 하지 못하는 등 도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며 "법무부가 내어준 1년의 인도적 체류허가 기간 동안 외국인보호소에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속에 섞여 들어올 수 있는 안전을 위협하는 외국인들로부터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게 정부의 임무"라며 "출입국 관련 법령과 인력을 재정비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제주출입국청은 난민 심사 대상자 484명 가운데 지난달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23명과 신청 철회 3명을 제외한 458명 중 339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내리고 34명은 불인정 처리했다.

선원으로 취업해 바다에 나갔거나 일시 출국해 면접을 못한 16명, 추가 조사가 필요한 69명 등 85명은 심사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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