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관문인 제주항을 밝히는 산지등대 속 등대지기가 103년 만에 사라진다.

23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수산관리단에 따르면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배후의 사라봉 중턱에 위치한 산지등대는 이르면 8월쯤 무인등대로 전환된다.

산지등대는 당초 1916년 10월 무인등대로 출발했으나 이듬해인 1917년 3월 유인등대로 변경됐다. 이후 1999년 시설 개선으로 기존 산지등대(2006년 12월 등대문화유산 지정) 옆에 새 산지등대가 세워지면서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동안 산지등대에서는 공무원 2~3명이 주·야간으로 교대 근무하며 기계 고장과 안전사고에 대응해 왔다.

해양수산부는 앞서 2015년 12월 유인등대 관리체계 개선연구용역을 실시하면서 산지등대를 무인등대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산지등대 무인화 정비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이 마무리돼 현재 내·외부 정비공사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사업비는 총 10억원이다.

정비공사가 완료되면 산지등대는 제주해양수산관리단 관할 아래 별도 공무원 없이 무인으로 운영된다.

이로 인해 1999년 12월부터 운영돼 왔던 산지등대 등대체험숙소는 일찍이 지난해 12월31일자로 문을 닫은 상태다. 다만 산지등대 파고라와 소공원, 전망대는 낮 시간에 한해 계속 개방 운영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존 산지등대의 항로표지 통합관리시스템도 우도등대로 이관된다. 항로표지 통합관리시스템은 등대의 위치정보와 점·소등 상태, 전원 상태 등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산지등대가 최종적으로 무인화되면 공무원이 배치된 도내 유인등대는 우도등대, 마라도등대, 추자도등대 3곳만 남는다.

제주해양수산관리단 관계자는 "산지등대를 제외한 도내 3개 유인등대 모두 비상상황 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본섬 외곽에 위치해 있는 만큼 무인등대 전환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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