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소주가 이마트에 인수된 이후 '이마트 소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나마 매출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1위 등 막강한 유통망을 자랑하는 이마트도 소주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 앞에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이마트는 이제 인수 초기 단계로 시설투자 등 투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6일 이마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100% 자회사인 제주소주는 지난해 12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65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2017년 대비 적자폭이 거의 두배로 확대된 셈이다.

제주소주는 2016년 12월 이마트가 지분 100%를 인수한 소주업체다. 2011년 8월 ㈜제주천수로 설립돼 2014년 6월 상호를 ㈜제주소주로 변경, 소주제조업을 주업으로 영위해왔다.

이마트에 인수된 2016년만해도 매출 1억6355만원에 불과한 작은 회사였다. 새주인이 된 이마트는 기존 제주소주 제품은 단종하고 제품부터 새로 개발했다. 2017년 9월 출시된 '푸른밤'이 '이마트표 소주'의 첫 작품이었다.

전국 이마트 매장을 비롯해 이마트24,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막강한 유통채널을 보유한 이마트의 소주 시장 진출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실제로 '이마트 인수 효과'에 2017년 매출은 12억원으로 거의 11배 급증했다. 푸른밤은 출시 한 달만에 130만병 이상 판매됐다. 목표치를 웃도는 성과다. 2018년 매출은 43억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하지만 2017년 기준 국내 소주 판매량이 36억3600만병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다.

수익성도 악화일로다. 영업손실은 2016년 19억원에서 2017년 59억원으로 210.5% 증가했다. 당기순손실은 2016년 23억원에서 2017년 65억원으로 182.6% 급증했다. 2018년은 129억원으로 순손실이 불어났다. 적자폭이 전년 대비 98.5% 확대된 것이다.

이마트의 자금수혈도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제주소주의 운영자금용으로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마트의 제주소주 누적 출자액은 570억원에 달한다.

후발주자로 소주시장 안착을 위해 인재영입에 나서면서 인건비도 급증세다. 2017년 급여는 7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늘었다. 지난해 이마트는 '처음처럼'의 점유율 확대에 기여한 롯데 출신의 유창균 대표를 영입했다.

하지만 시장확대는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참이슬)가 점유율 50%로 독보적 1위다. 2006년 '처음처럼'을 출시한 롯데주류가 20%까지 점유율을 늘리며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맥주는 유행이 있어 소비패턴에 변화가 있지만 소주는 익숙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고 가정채널보다 유흥채널 비중이 맥주보다 높다"며 "특히 유흥채널의 경우 소주 선택권은 고객에 있는게 아니라 업소에 있어 후발주자가 진입하기가 어려운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창립한지 90년된 무학 같은 대표 지역소주 업체도 지방시장을 넘보는 양강의 공세에 점유율 수성에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소주도, 그렇다고 전국소주도 아닌 '푸른밤'의 애매한 '포지셔닝'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인수 후 제주소주 브랜드를 버리면서 텃밭인 제주에서는 한라산에 밀리고 전국 소주로는 참이슬과 처음처럼에 밀려 명함도 못내미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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