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세계의 보물섬 청정 제주가 쓰레기로 시름하고 있다. 아름다운 오름 대신 쓰레기산이 쌓이고, 해안가는 플라스틱컵이 점령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올해 연중 기획 주제로 제주의 제1가치인 '환경'을 택했다. 다양한 환경 이슈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전달하고 그 안에서 자연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고치 Green 제주'는 '같이'를 뜻하는 제주어인 '고치'에 '가치'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녹색 제주로 가꿔나가자는 뜻이다.
 

"테이크아웃하면 500원 추가되는데 근처에 계실 거면 텀블러에 담아드려도 될까요?"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에 위치한 논짓물 해안에는 테이크아웃을 하면 500원을 더 받는 이상한 카페가 있다. 카페의 이름은 자리한 장소와 똑같은 '논짓물'.

이 카페를 운영하는 서영석씨는 일회용컵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테이크아웃 음료에 500원의 추가금을 받는다.

서씨는 "예래마을, 논짓물의 생태가치를 높여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카페"라며 "카페운영의 목적이 수익라기보다 이곳 논짓물의 환경적, 문화적 가치 보존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테이크아웃을 해야만 할인을 해주는 일이 일반적이다보니 노골적으로 불편함과 불쾌함을 드러내는 손님들도 종종 있다.

서씨는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사실 더 많다"며 "카페에 앉아있다 가져가겠다고 하면 돈을 추가적으로 내야 하는데 잔돈이 없는 경우도 많고 돈을 왜 더 받는지에 대해 설명을 굉장히 오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불편함과 함께 서씨와 직원들 입장에서도 할 일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변에서도 차라리 커피 가격에 일회용컵 가격을 포함하는 게 어떻냐고 조언하지만 서씨는 단호하게 그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상판매를 하면 일이 두세 배 많아지지만 환경보호에는 타협해선 안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그의 확고한 신념은 '돈 버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제주 이주 5년차인 서씨는 이주 전 서울에서 사회공헌 1세대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서씨는 "돈 벌기 쉬운 방법을 택해 번 자본으로 좋은 일을 하는 걸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선진국이라면 의무적 측면에서 해야 할 책임활동이 우선이라고 본다"며 "돈 버는 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사회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제 철학"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서씨는 제주도정을 향해서는 환경 정책에 '진심'을 담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도정이 환경을 중요한 가치로 보고 있다는 걸 도민과 관광객이 느낄지 의문"이라며 "도에서 보조금으로 진행하는 행사에서는 일회용품을 제로화하는 등 할 수 있는 일이 많을텐데 진심이라면 이 상황을 그대로 둘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저희처럼 일회용컵에 추가금을 받는 일은 도, 정부 도움 없이 퍼져나가기 힘들다"며 "환경보호가 시대적 이슈이니만큼 정부가 끌어주며 정책적으로 앞서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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