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발전하는 DNA 수사로 장막 뒤에 있던 성범죄자들이 잇따라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5월 강도강간죄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50대 A씨는 최근 또다시 형사 법정 피고인석에 서서 재판을 받고 있다.

혐의는 이번에도 강간이다.

무려 20년 전인 2001년 제주에서 발생한 미제 강도강간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그다.

열쇠는 사건 당시 현장에서 발견돼 그동안 증거로 보관돼 온 휴지 속 A씨의 DNA였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미세한 땀 등에서도 DNA를 감식할 수 있게 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장기 미제사건을 전수조사하던 중 문제의 휴지 속 DNA와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국과수로부터 이 같은 DNA 감식 결과를 통보받은 대검찰청은 제주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넘겼고, 검경의 재수사 끝에 A씨는 지난 3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강간 등) 등의 혐의로 결국 기소됐다.

현재 A씨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지난 4월8일 첫 공판 이후 지난달 10일 2차 공판에 이어 오는 14일 예정된 3차 공판에서도 증인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판결을 보면 A씨와 같은 사례는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지적장애인인 딸을 성폭행한 죄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던 B씨(54) 역시 지난 1월21일 또다시 형사 법정 피고인석에 섰었다.

2011년 9월 제주의 한 주택에 몰래 들어가 잠자고 있던 6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였다.

이 사건 역시 당시 범인이 특정되지 않으면서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 했지만 사건 당시 현장에 남아 있던 담배꽁초의 DNA와 교도소에 수감 중인 B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식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B씨는 결국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고, 지난 4월8일 징역 4년형을 받았다.

C씨(62)의 사례는 더 기막히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황에서 검경의 끈질긴 DNA 수사로 2001년 1월에 저지른 절도강간 사건, 2001년 6월에 저지른 특수강간 사건, 2013년 8월에 저지른 성폭행 사건이 모두 들통났기 때문이다.

이에 재판부도 지난해 11월 C씨의 절도강간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이제는 정말 추가 범행이 없느냐"고 되물으며 "과거에 저지른 잘못은 끝까지 따라가기 마련"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DNA 감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여러 장기 미제사건들이 해결돼 가고 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른 철저한 재수사로 사건을 밝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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