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자산가를 가장한 '로맨스 스캠' 4인조의 민낯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이장욱 판사)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태국 국적의 A씨(49)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법원 등에 따르면 A씨는 긴 시간에 걸쳐 이성의 호감을 얻은 뒤 돈을 뜯어내는 일명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일당의 현금 전달책으로, 범행에 사용할 계좌를 모집하고 계좌에 입금된 돈을 송금하는 일을 했다.

A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성명불상자 3명은 각각 총책, 유인책, 인출책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2020년 1월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영국 맨체스터에 거주하는 영국 국적의 토목 사업가를 가장한 닉네임 'E'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한 달 뒤 이들은 피해자에게 "전 재산인 100억원을 캐리어에 담아 보낼 테니 운송비만 내 달라. 나중에 캐리어에 있는 돈으로 돌려주겠다. 한국에 가면 함께 집과 자동차를 사자"면서 가짜 운송회사 웹사이트 주소와 계정을 보내 믿게끔 한 뒤 돈을 보내도록 했다.

이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사기를 친 횟수만 31번, 피해자로부터 뜯어낸 금액만 3억9195만원에 달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이 사건 범행의 내용과 수법, 피해자의 수, 피해 규모 등에 비춰 죄질이 불량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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