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9연대장 출신 송요찬과 서북청년회의 활동을 미군의 수뇌부가 인지하고 당시 우리나라 정부에 칭찬 서한을 보낸 내용이 공개됐다.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해 제주4‧3사건추가진상조사자료집 ‘미국자료Ⅰ·Ⅱ’에 이어 ‘미국자료 Ⅲ·Ⅳ·Ⅴ’가 나왔다고 3일 밝혔다.

제주4‧3사건추가진상조사자료집은 재단 내 조사연구실의 주도로 2019년부터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미군정청(USAMGIK), 미 군사고문단(KMAG), 극동군사령부(FEC), 연합군사령부(SCAP) 등 주한미군 상위기관이 생산한 4·3 관련 문서 약 3만8500매를 수집해 담은 것이다.

약 650쪽의 분량으로 발간된 이번 ‘미국자료 Ⅲ·Ⅳ·Ⅴ’는 4·3 발발 시기인 1948년부터 1949년 말까지 미군정 및 주한미군사고문단의 상급기관에 보고된 주요 문서의 원문과 번역본을 수록하고 있다.

1948년 4월3일 무장대 습격으로 피해를 입은 제주도 경찰의 상황부터 1949년 12월30일 미 군사고문단의 노고를 치하하며 훈장 수여를 국무부에 건의하는 미 대사 존 무초의 서신까지 날짜순으로 분류됐다.

특히 미군정청과 군사고문단이 한반도와 제주를 바라보는 인식과 당시 활동이 잘 드러나는 4·3 관련 기록 약 4200매 원문이 담겨 주목된다.

주요내용을 보면 제주도에 파견된 서북청년회와 관련해 “몇몇 미군 장교들은 경찰과 경비대를 지원한 것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보고한 문서가 확인됐다.

또 주한미군사고문단장 로버츠(Robertz) 준장은 1948년 12월18일 이범석 국무총리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초토화 작전을 주도한 송요찬 중령에 대해 “대단한 지휘력을 발휘했다. (이를) 신문과 방송 대통령 성명으로 (중략)대대적으로 선전해야 한다”고 통보한 내용이 담겼다.

이에 채병덕 참모총장은 같은달 21일 “한국군 사령부가 송 중령의 임무를 자세히 보고받을 것이며 적절한 훈장을 수여할 것”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버츠 준장은 이듬해 1월28일 채병덕 참모총장의 서한 내용을 “최고 수준 판단”이라고 극찬했는데 채 총장의 서한에는 폭도와 반란군을 소탕하기 위해 제주에 1개 대대를 추가 파병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극동군사령부 정보요약 보고에는 1949년 2월20일 제주에서 민보단이 76명의 주민을 창으로 찔러 살해한 데 대해 미군은 “그들에게 ‘주의(brought to the attention)’를 줄 필요가 있다”는 정도로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 내용도 담겼다.

제주4‧3사건추가진상조사자료집은 국내외 주요기관 및 학술 연구단체에 배포될 예정이며 온라인 제주4·3아카이브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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