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주를 찾은 이모씨(31)는 여행 마지막 날 렌터카 반납 전 주유소에 들렀다가 혀를 내둘렀다.

이씨는 "제주에서 주유하려고 보니 휘발유 가격이 1700원에서 10원 빠졌더라"며 "제주도 물가가 비싼 건 알았지만 주유소에서 확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 말대로 제주지역 기름값은 1700원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제주지역 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686.25원으로 2018년 10월 이후 약 2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국평균인 1645.96원보다 40원 이상 비싼 것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는 서울 다음으로 두번째로 비싸다.

제주 휘발유 가격은 6월 마지막 주 1600원대를 돌파한 후 7월 들어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왔다.

경유 가격 역시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기준 제주지역 경유 평균가격은 ℓ당 1480.29원으로 전국 평균인 1440.96원보다 약 40원 더 비싸다.

이미 도내 다수의 주유소는 휘발유 판매가를 1690원으로 고정한 지 오래다. 제주시내 모 주유소는 1720원의 가격표를 내걸기도 했다.

도민 김모씨(54)는 기름을 넣을 때마다 '이게 언제 이렇게 올랐나' 싶은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5월 휘발유 가격이 1200원대까지 급락했던 기억이 생생해서다.

김씨는 "이번에 무심코 기름을 가득 넣었더니 8만원 넘게 들어가는 걸 보고 손이 떨렸다"며 "가뜩이나 여름이라 에어컨 때문에 기름도 더 먹어서 이제 에어컨도 웬만하면 틀지 말아야 하나 싶다"고 하소연했다.

기름값에 따라 손에 쥐는 돈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운송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다.

도내에서 소형화물 트럭을 운행하는 김동회씨는 "6만원이면 가득 채웠는데 이젠 8만원도 더 들어가야 한다"며 "그것도 이틀이면 동나는데 여기서 기름값이 더 오른다 치면 아예 운행을 안 하는 게 나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제주와 타 지역을 오가는 5톤 화물차 기사 이송규씨는 제주에서 기름 넣는 대형 기사들은 없다고 손을 내젓기도 했다.

이씨는 "타 지역에서 45만원이면 채울 걸 제주에서는 60만원이 든다"며 "육지로 넘어간 김에 기름을 넣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코로나 때문에 물량은 물량대로 줄었는데 뱃삯은 올랐지, 거기다 기름값까지 천정부지로 오르니 악순환이 따로 없다"며 "몇십원 차이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며 기름값이 다소 안정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여전히 상황은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1일 "국제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원유 수급불균형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강세가 유지될 전망"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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