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맞은 두 번째 추석. 올해 추석은 지난해와 또 달랐다.

작년에는 음식을 준비하고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가족, 친척들을 잠시나마 만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사적모임이 제한돼 가족·친척들이 모이는 것 조차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일부 재외도민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아예 제주를 가지 않기로 했다.

서울에 사는 홍모씨(63)는 이번 명절엔 고향 제주를 찾지 않기로 했다. 며칠전 형님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있으니 각자 명절을 지내자는 당부에 비행기표 예약을 취소했다.

홍씨는 "형제가 많아 조금만 모여도 8명이 훌쩍 넘는다"며 "명절은 북적거리는 맛도 있는데 아쉽지만 내년 설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원모씨(41)는 일찍이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추석에 제주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원씨는 "사적 모임 제한도 그렇고, 아무래도 수도권의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도 들고 해서 다음에 인사를 드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모님께 잠깐 인사만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겠다는 생각은 접은 지 오래다.

제주시 오라동에 거주하는 강모씨(38·여)는 이번 명절 타 지역에 있는 시댁을 가지않기로 했다. 친정에도 8명 제한모임을 고려해 저녁에 잠깐 인사만 하고 오기로 했다.

여느 명절보다 여유롭지만, 그렇다고 맘 편하게 여행을 다녀올 형편도 아니어서 연휴기간 별다른 일정없이 집에서 지내기로 결정했다.

강씨는 "코로나 이후 친척들과의 교류가 많이 줄어들어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명절 스트레스도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추석은 제주의 오랜 풍습도 변하게 했다. 제주는 예부터 마을 곳곳 일가 친척집을 모두 돌며 차례를 지냈지만, 올해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귀포시 대륜동에 거주하는 강모씨(50)는 "예전에는 가까운 친척집에 모두 들러 차례를 지냈지만, 지난해 추석부터 각자 차례를 지내기로 했다"며 "동생 부부가 모두 백신을 접종해서 그나마 8명까지 모일 수 있게 돼 부모님을 모시고 차례만 겨우 지내고 헤어졌다. 내년 설에는 일본에 있는 여동생 부부까지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간차를 두고 고향집을 찾는 가족도 있었다.

시댁이 있는 서귀포시 표선면을 찾은 김모씨(54·여)는 "남편 형제만 3명이라 한 꺼번에 모일 수 없어 시간을 두고 한 가족씩 고향 집을 찾아 인사를 드렸다"며 "벌써 코로나 명절이 여러 번째지만 4단계 거리두기가 연휴까지 계속돼서 그런지 올 추석은 훨씬 더 조용한 것 같다. 다음 설에는 온 가족이 모여 왁자지껄 보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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