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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오커스동맹과 원자력잠수함

기사승인 2021.09.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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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원자력잠수함은 한 번 연료를 장전하면 20년 이상 연료 재공급이 필요 없다. 수심 300m까지 잠항하며, 물속에서 평균 50~60㎞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바닷물을 분해하여 산소와 수소를 얻는다. 산소는 승조원들이 숨 쉴 공기가 되고, 수소는 선내 생활에 필요한 연료로 쓴다. 승조원들의 휴식이나 생활용품을 공급받기 위해서만 해상으로 떠오른다. 이렇게 노출 위험이 매우 낮은 원자력잠수함은 작전 반경이 무제한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잠수함에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적재하면 가공할 위력을 갖게 된다. 세계의 바다를 이동하며 목표 지점에 접근하여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SLBM 기술 발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자력 잠수함이 실전에서 위력을 발휘한 사례로 기억에 남은 것은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벌인 포클랜드전쟁이었다. 노조의 파업과 경제난으로 IMF 구제금융까지 받아야 했던 노쇠한 영국이 아르헨티나를 제압한 배경에는 원자력 잠수함 콩커러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그 후 40년 동안 원자력잠수함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9월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 세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오커스(AUKUS)동맹협정을 선언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AUKUS'는 세 나라의 이름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선언문에선 중국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오커스동맹은 사실상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3국 연대다. 미국과 영국은 유럽안보의 축인 나토(NATO)의 핵심 국가다. 미국과 호주는 일본 및 인도와 더불어 인도·태평양 4국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 구성원이다. 영국과 호주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을 국가원수로 삼는 영연방 국가들이다. 3국은 넓은 의미에서 이미 안보동맹체제 안에 있다.

오커스동맹이 획기적인 것은 미국과 영국이 기술을 제공하여 호주를 원자력잠수함 국가로 만들겠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았기 때문이다. 3국이 18개월 안에 협상을 매듭짓고 최소한 잠수함 8척 건조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된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대에 호주의 원자력잠수함들이 태평양과 인도양의 바다 속을 누비고 다니게 된다.

브렉시트로 유럽연합에서 떨어져 나온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을 대외전략을 기치로 내걸고 동아시아로 시야를 돌리고 있다. 그 첫 시그널이 최신예 항공 모함 퀸 엘리자베스호의 동아시아 처녀항해다. 지난 5월초 영국을 출발한 퀸엘리자베스 호 선단은 인도양에서 말라카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를 항해한 후 동해에서 한국 해군과 해난구조훈련을 한 후 일본에 기항했다. 이 선단에는 영국 원자력 잠수함은 물론이고 미국 군함도 합세했다. 오커스동맹 선언이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이 극동을 항해하는 동안에 공표됐다는 게 우연의 일치로만 보이지 않는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다. 최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를 계기로 동아시아에서 미·중 패권경쟁의 파고가 높아지는 판에 오커스동맹이 나온 것을 보노라면 이 속담이 더욱 실감난다. 미국, 호주, 영국은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앵글로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의회민주주의, 자본주의, 기본적 인권의 가치를 공유한다.
오커스동맹은 원자력잠수함, 사이버안보, AI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하고 있어 중국과 기술패권 경쟁에서도 이들 세 나라는 협력을 강화할 태세다. 1950년 대 미국이 극비에 속하는 원자력잠수함 기술을 영국에 제공한 것은 미국의 동맹인 이유도 있지만 영어를 쓰는 문화적 동질감이 신뢰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영구집권 초석을 쌓으면서 남중국해를 배타적으로 지배하려는 중국의 공세적 정책이 강화되자 서방국가들의 중국 견제 심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세기 미국 영국 화란 등 서방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해양법, 즉 해양의 자유와 개방을 원칙으로 한 국제질서가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기 때문에 서방국가들이 견제에 나선 것이다. 그 선봉에 그룹을 따로 지어 나선 것이 오커스 동맹이다.

중국을 견제한다고는 하지만 서태평양에서 영어권 국가들만 그룹을 지어 행동하는 것은 그 동안 유지되던 서방세계의 안보연대에 질적 변화를 일으킬 것 같다. 유럽 국가들은 미중 갈등을 보는 시각이 단순하지 않은 상황인데,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이 대 중국 견제 동맹에 나서니 심기가 불편하다.

2016년 프랑스는 호주의 디젤추진 잠수함 12척 건조를 지원하기로 협정을 맺었는데, 호주가 이를 폐기하고 오커스동맹에 가담해버렸으니 미국 영국 호주에 분노하고 있다. 프랑스는 재정적 손실도 크지만 돈보다 더한 자존심이 상했다. 독일 등 유럽연합 주도국들이 반응이 프랑스의 행동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오커스동맹의 파장은 처한 입장에 따라 주변국에 환영, 비판, 침묵 등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견제를 우선시하는 인도 일본 대만은 환영 의사를 숨기지 않는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걸린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은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침묵하고 있다. 중국과는 지리적 거리, 무역과 투자, 디아스포라(중국인 이민)등 양면성을 갖고 있어 전략적으로 방관하는 자세다. 그렇다고 중국의 동지나해 지배를 견제하겠다는 오커스 동맹이 싫은 것도 아니다.

어떻든 오커스는 파괴력을 가진 동맹이 될 것이고, 중국은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질서를 부정할 것이니 충돌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싸움의 승패는 바다, 특히 남중국해가 말해줄 것이다. <뉴스1 고문>

(서울=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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