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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그린란드, 너무 먼 나라 얘기인가

기사승인 2021.10.20  09: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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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비행기 창 밖으로 내려다본 적은 있지만, 가 본 적은 없다. 기후변화로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북극해의 그린란드 섬 이야기다.

지난 8월 중순 그린란드 빙하 위에 비가 쏟아져 기상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린란드에 비가 내렸다는 역사적 기록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에겐 그 섬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별 관심을 둘 이유가 없을 듯하지만, 인류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크다. 기후변화의 생생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린란드 섬은 남한 면적의 21배가 넘는다. 그 면적의 80% 이상이 만년설에 묻혀 있다. 빙하의 두께가 평균 1500m나 되는 이 얼음 왕국의 주민 대부분은 이누이트족 인디언들이다. 인구 5만7000명이 남쪽 해안가를 따라 주로 어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을 뿐이어서 텅텅 비어 있는 땅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21세기의 그린란드가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문명사회에 다가서고 있다.

지구상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그린란드 빙하다. 북극 주변 공기가 유별나게 더워지면서 그린란드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 내리고 있다. 그린란드 빙하가 다 녹으면 전 세계 해양 수위가 7m정도 상승한다. 바다 수위가 1m만 높아져도 세계의 해안 대도시들이 재앙적 상황을 맞게 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런데 이 섬엔 기후변화의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만년설이 녹아 내리자 땅이 드러나고 주변 바다가 여름철에 배가 다닐 수 있게 변하고 있다. 노출된 땅은 광물자원을 탐사하기 좋은 곳이 되고, 바다는 이 광물자원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뱃길이 된다. 그린란드에는 석유, 천연가스, 철, 구리, 우라늄, 알루미늄, 니켈, 텅스텐, 티타니움, 코발트, 금, 백금 등 각종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희토류(稀土類)는 그린란드 광물자원 중에서 지금 세계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희토류는 스마트폰에서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밀 전자 제품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재다. 특히 풍력터빈, 전기차의 모터와 배터리, 수소연료전지와 원자로 제작에 필수불가결한 소재가 희토류다. 이런 녹색기술 제품에 없어서는 안 되는 네오디미움, 디스프로시움, 탄탈럼, 지르코니움 등이 그린란드에 많이 묻혀 있다.

희토류 공급망은 중국이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 세계가 중국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중국은 희토류의 시장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의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그린란드 희토류에 눈독을 들인다.

그린란드에는 희토류 광산이 여럿 있다. 그중 가장 큰 회사가 호주 회사 '그린란드미네랄'(Geenland Mineral)이다. 이 회사의 지분 약 10%를 중국기업 '성허(Shenghe)자원'(盛和資源)이 갖고 있다. 이 회사는 희토류 정제에서 최고 기술을 자랑한다. 중국은 2010년대 들어 고위 정부 인사의 그린란드 방문을 통해 이 섬의 지하자원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 서방국가들은 그린란드에 압력을 가해 중국 자본의 그린란드 침투를 경계한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왕국의 자치령이다. 덴마크 정부가 외교와 국방을 관장한다. 그러나 주민투표에 의해 구성되는 정부가 고도의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매년 덴마크로부터 약 6억 달러를 지원받아 자치정부 예산을 운영한다. 그린란드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나라는 덴마크이지만 미국의 영향력도 크다.

중국의 파상적인 자원외교에 자극을 받았는지, 미국은 작년에 그린란드에 총영사관을 설치했다. 미국은 냉전시대부터 그린란드에 공군기지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 정도였는데, 이제 적극적인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지난 4월 총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5월 그린란드를 방문하고 무역 교육 광산 진흥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1000만 달러 원조계획을 발표했다.

그린란드는 언젠가 덴마크의 그늘을 벗어나 완전 독립국의 지위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북극해 항로가 크게 열리면 독립욕구가 더 강해질지 모른다. 그린란드와 이웃한 아이슬랜드도 덴마크령이었다가 20세기 초에 독립했다.

녹색기술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시대에 희토류는 독립국가 재원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 만년설이 후퇴하는 그린란드엔 희토류뿐 아니라 주민을 먹여살릴 수 있는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빙하가 후퇴하면서 그 자리에 막대한 모래가 쌓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수몰되는 해변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모래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모래만 수출해도 독립국 예산을 충당할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 4월 총선에선 보수 정파가 패배하고 환경보전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좌파 정파가 집권했다. 새 정부는 어업과 목양 등 깨끗한 전통산업에 피해를 주는 환경오염을 염려한다. 따라서 광산개발에 규제를 가하려 한다. 특히 우라늄 광산개발 금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어쨌든 그린란드의 지도가 하얀 색에서 녹색으로 바뀌고 있다. 희토류와 기타 광물자원, 북극항로,빙하의 후퇴, 기후변화 등은 '21세기의 신생 선진국'인 한국이 관찰할 만한 분야다. 정부, 기업, 대학의 어느 구석에서 그린란드의 새 지도를 상상하며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뉴스1 고문>

(서울=뉴스1) 정재용 기자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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