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희생자에게 국가 차원의 보상을 시행하는 4·3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9일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겨놓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4·3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심사, 의결 처리했다. 심사에서 법원행정처가 반대 의견을 낸 혼인신고 특례와 인지청구의 특례 조항은 삭제됐다.

개정 법률안이 이날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사망·행방불명 희생자 1인당 9000만원의 보상금이 균등 지급된다.

정부가 발표한 보상금 지급 인원은 1만100여명, 총 보상액은 9600억원이다. 개별소송으로 보상을 받았거나 국가유공자로 보상을 받은 희생자는 제외됐다.

보상금의 상속순위는 배우자·직계비속(자녀·손자녀), 직계존속(부모·조부모),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이다. 4촌 이내 상속자가 없으면 희생자의 제사를 지내거나 무덤을 관리하는 5촌까지 보상금 청구가 가능하다.

4·3특별법 개정안은 1948~1949년 두 차례 군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4·3수형인 2530명에 대해 검사가 직접 재심을 청구, 희생자의 명예회복(무죄 선고·전과기록 삭제)을 위한 직권재심 청구가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보상금을 지급받아도 형사보상법에 따른 형사보상 청구는 금지하지 않는 조항이 신설됐다.

4·3위원회는 보상금 지급 결정에 대해 심의·의결할 수 있으며, 보상금 지급을 위해 보상심의분과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4·3위원회는 보상금 지급을 위해 개인정보 자료를 수집·이용할 수 있으며,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부터 증언과 진술을 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내리는 조항도 신설됐다.

4·3희생자에 대한 국가 보상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과거사 사건) 중 법원의 판결이 아닌 국회 입법으로 보상금이 지급되는 첫 사례다.

한편 4·3특별법 일부 개정안 중 '인지(認知)청구 특례'와 '혼인신고 특례' 조항은 사법부인 법원행정처의 반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현행 민법은 사망자(4·3희생자)를 아버지 또는 어머니로 지정해 출생신고를 하는 것은 무효로 한다.

다만 인지청구 특례는 사실과 다른 가족관계를 정정할 경우 소송을 하지 않아도 친부모(희생자)-친생자에 대한 효력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혼인신고 특례는 4·3희생자의 사망·행방불명 이후 사실혼 관계에 기초해 사망한 희생자와 혼인신고를 한 경우 효력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이 문제는 유족들이 연좌제 피해를 당할까봐 부모가 제주4·3 발생 시기(1947~1954년)에 사망했지만, 사실과 달리 1960~1970년대 집에서 노환·병환으로 숨졌다고 사망신고를 하면서 불거졌다.

사망한 사람과 이뤄진 혼인신고도 효력을 인정해 주는 이 특례도 법원행정처의 검토 의견에 따라 삭제됐다.

법원행정처는 인지청구·혼인신고 특례 인정 시 친족법 및 상속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법원행정처 등 사법부는 가족관계 정정 시 희생자와 유족 간 상속뿐만 아니라 채권·채무 등 재산권과 여권 등 각종 공증서까지 변경해야 하는 등 복잡하며 또 다른 소송이 야기될 수 있는 이 특례에 대해 그동안 난색을 표명해 왔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는 제주4·3희생자와 배우자·자녀 간 사실과 다른 가족관계를 정정하는 제도개선 연구 용역을 빠르면 내년 1월에 발주할 예정이다.

이번 용역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에 사업비 1억원이 반영돼 추진된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향후 4·3특별법 추가 개정안이 마련되면, 희생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와 친자(親子)들은 가족관계부 정정을 통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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