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은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큰 획을 그은 해였다.

지난해 2월26일 국회에서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특별법)’이 통과했다. 오영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을)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제주4·3희생자에 대한 배·보상과 군사재판 수형인 희생자에 대한 일괄직권재심 등을 담았다.

◇‘보상금’ 성격으로 약 9600억원 지급 예정
4·3희생자에 대한 국가 보상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과거사 사건) 중 법원의 판결이 아닌 국회 입법으로 보상금이 지급되는 첫 사례다.

앞서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끝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21대 국회가 시작된 지 약 9개월 만의 성과였다. 제주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도의회와 행정, 제주4·3 유족회 등이 나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낸 결과였다.

이 법안은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근거를 담았으나 여전히 과제는 남았다.

배·보상이 아닌 위자료로 명시된 데 대한 성격 규정, 액수, 지급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고 다시 특별법 개정이 추진됐다.

결국 지난해 12월9일 희생자 보상을 시행하는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새해 정부 예산에는 4·3희생자 보상을 위한 810억원이 편성됐다.

이에 따라 새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사망·행방불명 희생자 1인당 9000만원의 보상금이 균등 지급된다. 후유장애인과 수형인은 장애등급과 구금일수 등을 고려해 위원회가 결정한 금액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게 된다.

정부가 발표한 보상금 지급 인원은 1만100여 명으로 총 보상액은 9600억원이다. 개별소송으로 보상을 받았거나 국가유공자로 보상을 받은 희생자는 제외됐다.

보상금의 상속순위는 배우자·직계비속(자녀·손자녀), 직계존속(부모·조부모),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이다. 4촌 이내 상속자가 없으면 희생자의 제사를 지내거나 무덤을 관리하는 5촌까지 보상금 청구가 가능하다.

이에 맞춰 제주도와 행정시는 보상금 지급 등을 위한 전담팀을 신설하고 읍면동에는 안내를 위한 전담직원을 배치하는 등 절차에 착수했다.
 

◇잃어버린 가족관계 푸는 과제 남아
제주4·3 당시 부모, 배우자 등 가족의 희생은 숨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유족들이 연좌제 피해를 당할까봐 사실을 숨긴 것이다.

부모가 제주4·3이 발생한 1947~1954년에 사망했지만 사실과 달리 1960~1970년대 집에서 노환·병환으로 숨졌다고 사망신고를 하는 경우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또 사망한 부모 대신 다른 친인척 호적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4·3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인지(認知)청구 특례'와 '혼인신고 특례' 조항은 법원행정처의 반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인지청구 특례는 사실과 다른 가족관계를 정정할 경우 소송을 하지 않아도 친부모(희생자)-친생자에 대한 효력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혼인신고 특례는 4·3희생자의 사망·행방불명 이후 사실혼 관계에 기초해 사망한 희생자와 혼인신고를 한 경우 효력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법원행정처는 특례 인정 시 친족법 및 상속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행정안전부는 제주4·3희생자와 배우자·자녀 간 사실과 다른 가족관계를 정정하는 제도개선 연구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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