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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CATL, 어떻게 배터리 산업 석권했나

기사승인 2022.01.07  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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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근 뉴욕타임스에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 CATL의 사업행태를 추적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에서 중국이 미국의 14배로 크게 앞서나가고 있는데, 그 배경에 '중국제조2025' 계획을 총괄했던 중국 정부 당국의 치밀한 공작이 CATL의 성장동력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CATL의 배터리 화재실험 메뉴얼 중에 배터리 셀에 못을 박는 방식이 있었다. CATL의 라이벌 기업이 여러 제조사의 배터리 셀에 못을 박는 실험을 했다. 그 중 하나의 배터리가 폭발하고 불이 났다.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흘렸으니 CATL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중국 당국이 CATL 구출조치를 취했다. 정부의 실험 리스트에서 못을 박는 방식을 삭제해 버린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탐사 방식으로 파헤쳐 보도한 내용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배터리 셀에 못을 박는 화재 실험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부가 문제가 생기자 그 실험목록을 삭제해 버리는 행위가 자국의 배터리 기업, 그것도 CATL이라는 특정기업을 감싸기 위해 얼마나 무리수를 두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CATL의 위상을 보면 세계 배터리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해서 4분의 1을 점유한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에 월등히 앞서고 있으며 그 주가총액이 미국의 GM과 포드의 주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사실이 강조되었다. GM 폭스바겐 BMW 테슬라 등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CATL 배터리를 탑재한다. 이런 CATL이 테슬라와 더불어 전기차 붐의 승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평가다.

뉴욕타임스의 관점은 중국과 미국의 경쟁구도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은 조연 취급에 머물지만, 전기차 시대의 국제정치 역학과 관련하여 이 추적 기사가 여간 흥미로운 접근이 아닐 수 없다. 2015년에 공표된 '중국제조2025' 계획에서 '신에너지차', 즉 전기차는 중국의 선진기술 꿈을 담았다. 기존의 내연기관차는 미국 등 선진국 기술이 앞서있기 때문에 중국은 추격자의 신세를 면할 수 없다. 그러나 새로 시작하는 전기차 개발에서는 중국이 선두에 설수 있다는 판단 아래 기술투자와 정책개발에 집중했다.

여기서 중국이 쓴 전술이 '고객 인질' 시장 전략이었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2009년 미국을 능가하고 세계 1위가 되었다. 서방 자동차메이커들이 중국시장을 겨냥해서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중국은 합작형태로 자동차메이커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며 기술이전과 중국산 부품을 쓰도록 조건으로 달았다. 전기차 판매에서 중국산 배터리의 제조조건을 만족시켜야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해서 한국 기업을 견제했다. 국가가 이익을 보장해 준 것이다. 산업스파이와 지적재산권 침해는 중국기업을 따라다니는 스캔들이었다. 이런 정책의 보호아래 군계일학으로 자라난 배터리 기업이 CATL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이런 정책에서 예외를 인정한 외국 기업이 테슬라다. 중국은 샹하이에 테슬라 공장, 즉 기가팩토리를 허가해주면서 기술이전을 요구하지 않는 등 특혜를 베풀었다. 중국이 꿈꾸는 "전기차에선 미국을 앞서겠다"는 원모심려(遠謀深慮)의 한 방법이었을까.

뉴욕타임스 기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테슬라와 수다꾼 CEO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붐에 대해 열심히 떠드는 동안 CATL은 그 그늘에 머물러 지냈다."

지난 연말 CATL의 시가총액은 2300억 달러였고, 그 창립자이자 CEO 쩡위췬(53·曾毓群)의 개인 자산은 500억 달러에 달했다. 그가 일본계 배터리 기업을 전전하다가 고향 푸젠성 닝더에 CATL을 설립한 것은 2011년이다. 회사를 만들고 불과 10년만에 이렇게 기업을 키울 수 있어던 것은 공산당 체제에서 권력의 후광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가 애써 취재한 토막 정보를 보면 고비마다 중앙 및 지방정부와 은행의 지원 흔적이 많다.

전기차 배터리는 소재 확보가 중요하다. 전기저장 밀도가 높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려면 리튬은 물론 코발트 니켈 등 희귀광물 소재 확보가 긴요하다. 쩡위췬은 일찍 리튬 소재 확보에 눈을 돌렸다. 그는 회사설립 몇년 후 은행용자를 받아 서부 고원지대 칭하이성 사막의 소금물 호수에서 리튬을 추출했고, 작년 아프리카 콩고의 코발트 광산을 사들였다.

사실 희토류와 리튬 코발트 닉켈 등 광물 소재는 시진핑 주석이 강조했던 전략적 비축물자로 공급망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동원했다. 중국 내 광산 개발은 물론, 아프리카의 콩고, 남미의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호주 등에 전방위 자원외교를 펼쳤다. 중국은 그런 노력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중국의 이들 광물자원 매장량은 10% 미만이지만 생산 및 공급망은 80~90%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게으름을 피우다 리튬 등 배터리 소재가 중국의 지배아래 놓인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힘겨운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중국은 정부가 특정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나섰고 현재까지는 이기고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배터리의 공급망 확보에 문제를 느낀 미국은 백악관이 앞장서서 한국 등 우방국 기업의 투자를 끌어모아 중국견제에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는 한국 기업들이 힘들여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품목이다. 미·중 양국이 국력을 동원하는 마당에 한국도 정부의 정교한 지원방향이 나와야 한다. 기업은 기술개발에서 뒤쳐지지 말아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해야 한다. 배터리 소재와 고객확보에 현명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국가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치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뉴스1 고문>

(서울=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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