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미란 오현지 기자 = 2일 오전 제주시의 한 식음료 프랜차이즈 매장.

제주와 세종에서 먼저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본격 시행된 이날 이 매장은 일찍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손님들을 받고 있었다.

모든 일회용컵에 위·변조 방지 바코드가 찍힌 스티커를 붙여 놓았고, 포스 시스템과 키오스크에 일회용컵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등록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한편에 일회용컵 무인 간이 회수기까지 설치해 둔 모습이었다.

영업 시작시간인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 동안 매장을 찾은 손님들 가운데 3~4명은 실제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주문하면서 300원을 더 냈다. 결제 후에는 '다 쓴 일회용컵을 반환하면 3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안내도 받았다.

점주 A씨는 "일회용컵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에 공감해 (플라스틱 보증금제에) 동참하고 있다"며 "손님들도 일회용컵 문제를 잘 인지하고 있는지 '왜 300원을 더 내야 하느냐'는 식의 거부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다른 제주시의 한 식음료 프랜차이즈 매장 점주 B씨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B씨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언젠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준비해 왔다"면서 "아직 시행 초기라 사장들도, 손님들도 생소할 뿐이지 시간이 더 지나고, 홍보가 더 잘 되면 참여율이나 회수율은 금방 오를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손님 김모씨(38) 역시 "어차피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은 돌려받을 수 있는 돈 아니냐"고 웃어 보이며 "성숙한 시민이라면 환경을 위해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반면 이 같은 긍정적인 반응과 달리 제도 자체를 보이콧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현재 제주에서는 중저가 프랜차이즈 매장을 중심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집단 보이콧하고 있다. 제주도내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은 349개지만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70여 개 매장이 보이콧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 100여 명이 모인 제주 프랜차이즈 점주 협의회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내 카페 3300개 중 10%에 불과한 매장만 참여하는 형평성 없는 제도 시행을 거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보이콧 매장들은 '형평성 없고, 고객에게 보증금을 전가하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보이콧 중입니다'라는 현수막과 안내판을 내걸었다.

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점주는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개인 카페는 보증금제 대상이 아니라는 형평성 문제가 우선 가장 크다"며 "300원이 음료 가격에 포함되면 손님들은 자연히 미시행 매장으로 옮겨가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타 브랜드별 컵 교차반납도 안 되다보니 고객 불편도 만만치 않다"며 "아직 완벽하게 정비되지도 않은 제도를 무조건 따르라고 하니 점주들을 환경부 아바타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반발했다.

제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고객들에게 매번 보증금제를 안내해야 하고, 더럽거나 훼손된 컵을 반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고객과의 갈등도 큰 걸림돌이다.


한 브랜드의 경우 보이콧 매장 고려 없이 일괄적으로 키오스크 기계를 업데이트해 알바생들이 매번 "포장하기 누르시면 300원 더 내야하니 먹고가기 버튼으로 눌러주세요"라고 일일이 안내해야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음료값에 300원을 더 내고, 분리수거만 제대로 하면 됐던 컵을 다시 매장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한 점주는 단골손님으로부터 "오늘부터 보증금제 시작인 줄 알았는데 여기선 안한다니 너무 고맙다"는 말까지 들었다.

강모씨(26)는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다회용컵이 아닌 일회용컵은 사실 분리수거만 잘하면 되는 쓰레기인데 300원을 더 내고 나중에 반납까지 해야 한다니 너무 번거롭게 느껴진다"며 "어떤 날은 하루에도 2~3번씩 마시는 날도 있는데 브랜드마다 돌면서 어떻게 반납하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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