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역대 최대 규모의 제주도 새해 예산안을 손질하며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불통 의정’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2일 상임위원회별로 제주도 새해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6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 돌입한다.

문제는 예결특위 심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으나 각 상임위의 계수조정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도의회는 상임위의 예산안 심사 및 계수조정 결과를 모두 공개해왔으나 제12대 도의회 들어 ‘상임위별 계수조정 결과 비공개’ 방침을 세웠다.

도의회 공보관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새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상임위별 계수조정 결과 및 증·감액 사업 목록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증액사업 등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하지 말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결정이 의장단 또는 운영위원회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처럼 비공개 방침을 결정한 주체, 과정 및 이유가 명확하지 않자 도의회 안팎에서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러자 공보관실은 이내 입장을 바꿔 상임위별 예산 삭감액과 삭감사업 14건의 목록만 내놓았다. 상임위별 총 삭감액 규모는 505억원(219개 사업)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삭감사업 및 증액사업 목록은 쉬쉬하고 있다.

아직까지 각 상임위가 증액사업을 확정하지 못한 점도 이유 중 하나다. 각 상임위는 지난 2일 일제히 회의장에서 심사 및 계수조정을 마쳤다며 방망이를 두드렸지만 실제론 조정을 다 끝내지 못한 채 예산안에 동의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를 놓고 제주도의회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른 지방의회의 경우 예산심의 공정성과 투명성, 책임성 강화를 위해 계수조정 결과를 공개하는 곳이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제주도의회는 오히려 공개하던 사항을 비공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는 2019년 4월 ‘서울시의회 자정 노력 결의서’를 통해 예산심의 계수조정 공개 방침을 명확히 했다. 또 지방의회 중 예산심의 계수조정을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지만 각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계수조정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증액사업에 대해서는 더욱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산편성권이 없는 도의회가 어떤 사업을 추가 편성하려 하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도민사회에 밝힘으로써 예산심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등에 따르면 도의회는 예산안 심사 및 의결권은 있지만 증액 수정에 대한 권한은 없다.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사항을 설정하고 필요한 예산을 계상하는 것은 예산 편성권이 있는 도지사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도의회는 이번 상임위별 계수조정을 통해 500억원이 넘는 세출예산안을 깎았지만 이 돈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확정하지 못하고 예결특위 심사에 들어가게 됐다.

‘제주도의회 회의규칙’에 따르면 도의회 의장은 상임위에서 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를 하도록 하고, 심사기간 내 심사를 마치치 않은 경우 이를 바로 예결특위로 회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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